[가톨릭평화신문] “교회, 자살한 사람들 위해서도 기도”
관리자 | 2020-07-14 | 조회 945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11일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를 찾은 것에 언론의 이목이 쏠렸다. 가톨릭교회는 자살을 금지하고 있는데, 극단적 선택을 한 고인에게 염 추기경이 왜 조문하고 기도하는 것이냐는 질문이 현장에서 제기됐다. 이는 자살을 금지하는 교회 가르침에 비해 자살자와 유족을 위해 기도하고 위로해 온 가톨릭교회의 활동이 그만큼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교회는 전통적 가르침에 따라 자살을 중대한 죄로 여기지만, 자살한 이들의 구원을 위해 기도하기를 잊지 않고 있다.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생명의 최고 주권자는 바로 하느님이시며 우리는 생명의 관리자로 생명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다”고 분명하게 가르치고 있다.자살은 인간의 본성적 경향에 상반되며 올바른 자기 사랑과 이웃 사랑에도 어긋나는 일이다.(2280-2282항 참조) 그럼에도 교회는 자살을 단죄하는 데만 머무르지 않는다.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의 영원한 구원에 대해 절망해서는 안 된다”면서 “하느님께서는 당신만이 아시는 길을 통해서 그들에게 구원에 필요한 회개의 기회를 주실 수 있다. 교회는 자기 생명을 끊어 버린 사람들을 위해서도 기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2283항)
이와 함께 가톨릭교회는 1983년 교회법을 개정하면서 자살한 이들에 대한 장례 미사를 허용해 왔다. 자살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임을,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마음의 병에서 비롯된 것임을 받아들인 것이다. 극단적 선택을 한 이들을 무조건 단죄하기보다 사목적 차원에서 자살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있기에 가능했다.
자살 관련 사목 대응에선 일본 가톨릭교회가 모범을 보여 왔다. 일본에선 1990년대 경제 거품이 꺼지면서 이후 10년 넘게 매년 3만 명 이상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일본 교회는 2001년 ‘생명을 향한 시선’이라는 제목의 메시지를 발표하며 “하느님 자비와 용서를 필요로 하는 고인, 위로와 격려를 필요로 하는 유족을 위해 마음을 다해 장례 미사를 봉헌하고 기도를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교회 가르침을 구실로 자살을 심판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차별을 조장해 온 지난날을 인정하고 깊이 뉘우친 후였다.
한국 천주교회도 생명 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자살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2010년 자살예방센터를 설립, 자살 예방 활동을 펼치는 데 앞장서 왔다. 자살을 피할 수 없는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죽음의 위기에 처한 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유가족이 마음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함께 하고 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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