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문]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유튜브 방송으로 본 ‘한국사회의 자살현상에 대한 성찰’
관리자 | 2020-08-16 | 조회 701
지난해 유명 연예인의 자살에 이어 올해도 정치인을 비롯한 유명인들의 자살이 사회 이슈가 되고 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이사장 유경촌 주교, 이하 본부) 자살예방센터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지난 5개월간 본부 유튜브 라이브로 ‘마음 치유를 위한 대담’을 네 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8월 7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413호에서 열린 마지막 대담을 지면으로 소개한다.
■ 국내 자살현상 심각
-본부 사무국장 차바우나 신부(이하 차 신부) :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달에 걸쳐 유명 연예인이 연달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최근에도 유명 정치인이 자살했는데, 이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성공회대학교 황순찬(베드로) 교수(이하 황 교수) : 자살이 일어나는 메커니즘은 일반적인 사람들과 같지만,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람일 경우 사회적 파장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최근 사건은 자살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일반 시민들이 굉장히 부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마인드플레이스 상담코칭연구소 조용상(스테파노) 상담팀장(이하 조 팀장) : 최근 자살을 다루는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가 불편했다. 우리나라에서 자살하는 사람은 2018년 통계 기준 약 1만3670명이다. 하루에 38명이 어디선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그런데 평소 자살에 대한 우려나 예방, 대처법 등에 대해서는 관심 갖지 않다가 최근 유명 정치인의 자살을 시청률이나 클릭수를 높이기 위해 소위 ‘낚싯밥’으로 소비하는 행태가 아쉽다.
-황 교수 : 공인일수록 자신이 만들거나 대중들이 부여한 특정 이미지에 갇혀 원래의 자기 모습으로 살아가는 게 쉽지 않다. 특히 정치인의 경우에는 자신들의 권한이 커지면서 사회적인 부담과 비판도 커진다. 안타깝게도 이들은(특히 50대 이상) 어려서부터 인권이나 삶의 방식, 남녀 관계 등에 대해 배운 적이 별로 없다. 그런데 본인의 권한이 점점 세지면서 그런 부분을 조절하지 못하고 이런 문제가 터졌을 때 한꺼번에 무너지는 상황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 ‘베르테르 효과’ 막으려면 생명을 선물로 받아들이는 문화 필요
-차 신부 : 유명인 자살에 따른 모방 심리인 ‘베르테르 효과’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2008년과 2009년 유명인들의 자살에 따른 모방 자살은 최대 약 50%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황 교수 : 마음속에 잠재돼 있던 자살 충동이 활성화되는 경우다. 다행히 미국에서 긍정적인 언론 활용 사례가 있다. 유명 록밴드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이 자살했을 때 자살의 사회적 영향력, 자살자들이 도움 받을 수 있는 정보 등에 대해 방송했고 실제로 모방 자살이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조 팀장 :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폐쇄성이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개방성과 포용성이 굉장히 떨어져 한번 잘못하면 회복이 힘든, 그런 출구 없는 사회적 분위기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든다. 이런 분위기는 변해야 한다.
-황 교수: 사람이 100% 완벽하다는 기대감도 버려야 한다. 스스로에 대한 도덕적 기준이 너무 높으면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부분이 드러났을 때 그 모습을 치명적인 흠결로 받아들이고 용납하지 못하면서 목숨을 끊게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이분법적으로 몰아세우는 분위기가 아니라 흠결을 인정하고 그로 인한 대가를 치른 뒤에는 다시 재기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가정에서부터 무조건적으로 지지해 주고 돌보는 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선물’이라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동시에 아이의 장점을 인정해주고 강화시켜 주는 행동이 필요하다. 부모가 원하는 것을 잘했을 때만 칭찬해 주면 아이들은 경쟁심만 커지고 우월감과 열등감 사이를 방황한다.
■ ‘파파게노 효과’를 위해 판단보다는 공감과 도움을!
-차 신부 : 자살이라는 주제가 교회 안에서도 부정적인 이야기로 여겨진다. 하지만 예수님도 죄 많은 강도를 하느님 나라로 데려가셨다. 죄에 대한 판단은 자비로운 하느님이 하실 일이다. 우리의 역할은 남은 자들을 위로하고 돌아가신 분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다. 또 더 이상의 비극적인 결말을 막는 것이다.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
-조 팀장 : 우리 사회에 필요한 캐치프레이즈로 ▲존중 ▲수용 ▲공감 등 3가지를 제시하고 싶다. 자살이라는 것도 결국 한 사람의 생각에서 시작해 결정을 내리는 것이므로, 근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존중이 제일 중요한 부분이다. 또 이런 사람에 대한 수용,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다른 이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도 중요하다.
-황 교수 : ‘파파게노 효과’를 강조하고 싶다. 이 효과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유래한 말로, 사랑하는 연인이 사라져 자살하려고 하는 파파게노가 세 요정의 도움으로 자살 충동을 극복한 일화에서 유래했다. 우리 사회가 이런 요정 역할을 해야 한다. 자살 충동이 있어도 그 고비를 함께 넘기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
특히 도움 받을 수 있는 경로가 명확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는다. 가능하면 교회가 위기 상태에 있는 사람이 하룻밤 정도 따뜻한 밥 한 그릇 먹으며 얘기 나눌 수 있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차 신부 : 본부에서는 자체적인 ‘가톨릭 자살 예방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 신자들 안에서 강사를 양성하고 본당 안에서 사람들을 보호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지역 사회를 만들어가는 게 목표다.
◆ 자살에 관한 가톨릭교회의 가르침
주님께서 주신 생명 저버린 죄지만 교회, 그들의 구원을 위해서 기도
교회는 자살을 엄격하게 죄로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자살한 이들을 위해서도 기도한다.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크게 세 가지 이유에서 자살을 큰 죄로 여기고 있다. 자살이 자신을 사랑하라는 자연법을 저버리고 자기를 죽이는 살인 행위이자 생명에 대한 하느님의 절대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생명의 관리자’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의 생명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다”(2280항)고 규정하고 있다. 또 바로 다음 항에서는 자살은 인간의 본성적 경향(자기 생명을 보존하고 영속시키는)에 상반되는 것이라며 “올바른 자기 사랑에도 어긋나며, 이웃사랑도 어기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마지막으로 자살이 모방 행위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차원(2282항)에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규정 다음 항에는 “하느님께서는 당신만이 아시는 길을 통해서 그들(자살자들)에게 구원에 필요한 회개의 기회를 주실 수 있다”며 “교회는 자기 생명을 끊어버린 사람들을 위해서도 기도한다”(2283항)고 밝히고 있다.
현 교회법 역시 자살자의 장례를 무조건 금지하기보다 교구 주교의 사목적 판단에 맡기고 있다.(1182조 2항) 자살 행위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판단하되 자살자의 인간적 나약함을 이해해 최대한 애덕을 베풀려는 정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