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오피니언 조승현의 기쁨과 희망 자살 생존자의 나라
관리자 | 2026-01-29 | 조회 13

대한민국은 거대한 ‘자살 생존자의 나라’다. 한 사람의 자살은 135명의 삶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사진은 서울 마포대교에 설치된 거울형 자살 방지 난간. [뉴스1]
자살 유가족을 위한 미사의 목적은 ‘고인에 대한 애도(哀悼)’와 동시에 ‘마침내’ 이 미사의 소멸(掃滅)에 있다. 미사의 시작은 직원 포함 3명이라고 했다. 작지만 기도하는 마음이었다. 하느님 곁에 있을 고인과 유가족을 위한 기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자살률 세계 1위의 나라답게 자살 유가족을 위한 미사는 호황(?)이다. 자살 유가족들을 위한 미사가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미사 참여자가 조금씩 늘어나더니, 지금은 더 큰 장소를 알아봐야 할 정도가 되었다. 하루 평균 40여 명씩 자살하는 나라. 전쟁이나 지진이 난 것도 아닌데 대한민국의 국민은 죽어갔다. 나라 경제가 나날이 성장하고 정권이 여러 차례 바뀌어도 자살자 수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자살 유가족들은 죄인도 아닌데 죄인처럼 살아간다. 자살은 동네에서 큰일이기에 순식간에 소문이 났다. 가족이나 지인이 자살했다고 이웃에게 말하는 순간 관계가 어색해졌다. “가족 잡아먹은 사람” “원래 그 가족에 문제가 있었다”며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위로하기보다 자살의 원인을 유가족에게서 찾았다. 자살 유가족에게 2차 가해를 했다. 그렇게 자살 유가족들은 죄인이 되었다. 유가족은 자살을 막지 못했다는 자책과 수치심, 이웃의 비난으로 평생 마음의 십자가를 지고 살아갔다.
그래서 자살 유가족만 따로 모일 수 있는 미사는 유가족이 자신의 진짜 마음을 꺼내놓을 수 있는 쉼터였다. 신부님이나 수녀님에게 편안하게 자신의 아픔을 이야기할 수 있다. 나의 비참한 마음을 숨기지 않고 나눌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자연스럽게 유가족들을 위해 봉사하는 봉사자도 자살 유가족이 한다. 같은 아픔을 느낀 이들에게 유가족들은 동질감을 느꼈다. 깊은 슬픔을 이겨내고 삶을 살아가는 봉사자의 모습을 보며 유가족은 위로를 받았다.
미사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성당은 눈물바다다. 미사에 참여하는 유가족들은 십자가를 바라보며 울고, 성가 부르며 울고, 기도하며 울고, 성체를 모시며 울었다. 미사를 주례하던 신부님도 끝내 울음을 참지 못하고 유가족과 함께 울었다. 유가족들은 의자 사이사이에 놓인 화장지를 연신 풀어 눈물을 훔쳤다. 미사에 참여한 유가족들은 낯선 사이였지만 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편안하게 울었다. 여기서는 그래도 괜찮다는 듯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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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0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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