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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자살자 영혼에 안식을, 유가족에게 위로·희망을

관리자 | 2022-11-27 | 조회 462

 

“내 동생 그동안 수고 많았어. 힘든 시간 견뎌내고 살아주어서 고마웠다. 사랑해.”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이를 추모하기 위해 서울 명동 1898광장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이사장 유경촌 주교) 나눔자리에 남겨진 메시지 중 일부다.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자살예방센터(센터장 차바우나 신부)는 11월 위령 성월과 19일 ‘세계 자살 유족의 날’을 맞아 ‘슬픔 속 희망 찾기-자살 예방을 꿈꾸는 우리들의 마음 축제’ 행사를 열었다.

고인을 위한 미사로 시작한 행사에는 유가족, 자살예방교육 참여자, 봉사자, 사제와 수도자 100여 명이 참여했다. 미사를 주례한 유경촌 주교는 강론에서 “오늘날 이와 같은 행사를 공식적으로 펼칠 만큼 자살은 낯설지 않은 문제가 됐다”며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으로, 자살은 특별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닌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주교는 “이 세상은 하느님이 보시기에 참으로 아름다운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모두가 바쁜 경쟁 사회에서 우리는 이웃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틈이 없게 됐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자살 피해자는 스스로 추스를 힘을 낼 수 없을 만큼 많은 고통을 받았기 때문에 더욱 장례 미사가 필요하다”며 “떠나간 이와 남겨진 이 모두를 위해 기도하자”고 했다.

인구 10만 명당 고의적 자해에 의한 사망자 수를 뜻하는 자살률은 지난해 기준 26명이다. 이에 모두가 자살 생존자라는 이름 아래 서로를 위로하는 토크콘서트 ‘우리는 모두 하나(자살 생존자)입니다’도 마련됐다. 진행을 맡은 차바우나 신부와 생활성가 가수 양채윤(엘리사벳)씨를 비롯해 전문가, 유가족이 참여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들을 “존재 자체로 자랑스러웠다”고 소개한 김순희(실비아)씨는 “아들을 떠나보내고 발 하나 내디딜 여유조차 없는 절망 끝에서 엄마의 마음으로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며 “그 어떤 절망 속에서도 길은 꼭 있기 때문에 희망을 버리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6년 전에 형을 잃은 이한솔(스테파노)씨는 “가족의 자살을 경험한 대부분이 그 원인을 자신에게 귀결시키곤 한다”며 “형이 이 세상을 떠나야만 했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장을 역임한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황순찬 교수는 자살 유가족의 상황에 대해 “자녀가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하고 나면 주변의 시선이 싸늘해지곤 한다”며 “대부분 자살로 인한 죽음을 그 가족에게 책임을 묻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실을 겪었을 때 가장 중요한 건 ‘애도’지만,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유가족이 애도할 기회를 차단해 버린다”며 “가족들 내에서도 사망자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지 못하고, 심지어 서로를 원망하게 되면서 또 다른 비극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차바우나 신부는 “사회에서 아직도 자살이라는 주제가 터부시되곤 하지만, 교회에서는 더욱 심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며 “살면서 사회적으로도 갈 데가 없는데, 교회에도 갈 곳이 없으면 그 어디로 갈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누군가 말없이 곁에 있기만 해도 유가족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며 “구원은 하느님의 몫이라면 우리의 할 일은 남은 사람을 위로하고, 고통을 겪는 이를 찾아다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용기 있는 말은 바로 ‘도와달라’”라며 “당신 곁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