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평화신문]아흔의 노사제가 청년들에게 건네는 한마디 “기쁘고 떳떳하게”
관리자 | 2022-10-27 | 조회 572
고민과 걱정이 많은 청춘을 만나기 위해 ‘아주 특별한 멘토’가 10월 26일 서울대학교를 찾았다. 70년 사제생활을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며, ‘기쁘고 떳떳하게’ 산 초대 안동교구장 두봉 주교다.
좋은 인생 사는 법
서울대 가톨릭공동체 연합회는 이날 두봉 주교와 생활성가 찬양크루 ‘열일곱이다’를 초청, 문화관 대강당에서 토크 콘서트를 진행했다. 두봉 주교는 “질문이 140개나 된다”고 놀라워하며, 청년들이 털어놓은 고민을 경청했다. 좋은 인생을 사는 법부터 행복ㆍ자존감ㆍ인간관계 등 고민 종류는 다양했다. 두봉 주교는 아흔이 넘은 인생의 경험이 담긴 진심 어린 조언으로 청년들을 위로하고 격려했다. ‘미래에 대한 회의감으로 무기력하다’는 청년에게는 “앞날을 걱정하지 말라”고 명쾌하게 답했다.
“저도 살고 싶은 대로 살아온 사람이 아닙니다. 어쩌다 보니 파리외방전교회에 가입해 신부가 되고, 6·25전쟁 직후 한국에 와서 교구장까지 됐어요. 이젠 TV에도 나와 매일 사람들이 찾아오죠. 앞날은 다 주님께 맡기면 돼요. 그날그날을 양심껏 바르고 멋지고 떳떳하게 살면 큰 성공입니다. 앞날은 그냥 걱정하지 마세요. 생각지 못할 일이 생길 거예요.”
두봉 주교가 청년들에게 가장 강조한 것은 바로 좌우명인 ‘기쁘고 떳떳하게’였다. “한번 사는데 목적 없이 시시하게 살면 되겠느냐”며 “이왕이면 멋지게 살자”고 당부했다.
“제가 비결 하나 알려드릴까요? 남에게 행복을 주면 내게도 행복이 찾아옵니다. 저도 아흔이 넘도록 남을 위해 살아보니 아주 좋았어요.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남에게 도움을 주면 보람과 긍지를 느껴요. 그렇게 언제나 기쁘고 떳떳하게 살아왔습니다.”
이어 봉헌된 치유 미사에서 두봉 주교는 영적인 고민을 가진 청년들에게 따스한 조언을 건넸다. ‘세속적인 행복에 더 마음이 간다’는 고민에 두봉 주교는 “이해한다”면서도 “이는 한계가 있는, 불완전한 복”이라고 선을 그었다.
주님이 주시는 행복과 기쁨
“돈과 명예가 주는 세상의 복도 물론 있습니다. 주님께서 그런 복을 주신다면 고맙게 누려야 합니다. 하지만 다른 수준의 복이 있습니다. 남을 돕고 평화를 이룩하는 등 좋은 일을 하는 것, 거기서 오는 기쁨과 행복이 주님이 주시는 영원하고 완전한 복이죠.”
두봉 주교는 ‘미운 사람을 용서하기 어렵다’는 고민에도 “미움이라는 것 자체는 죄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런 감정은 들 수 있다”면서도 “미워한다고 그 사람을 험담하거나 손해를 끼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마음에 안 드는, 미운 사람도 좋게 봐주고, 사랑해 주는 것이 바로 가톨릭 신자가 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예수님이 사랑밖에 없으신 분이기 때문에 성직자인 저도 언제든지 누구에게 잘해줘요. 그럼 속이 시원해요. 그리고 행복해져요.”
교리에 회의를 느낀다는 냉담 청년에게 두봉 주교는 “의심이 나는 건 정상적”이라고 반응했다. 이어 “그럴수록 더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공부하고, 기도하고, 성사도 보라”며 “저 또한 이런 과정을 통해 확신했다. 그래서 지금은 시원하고 평화롭다”고 웃었다.
종교 떠나 모든 청년에게 희망과 용기를
이날 두봉 주교가 전한 조언은 종교를 넘어 모든 청년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었다. 김나언(서울대 미학과 1학년)씨는 “주교님 말씀을 듣고 힘이 나 졸업까지 어떻게 살지에 대해 생각의 틀을 잡은 것 같다.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냉담 중이라는 이소임(헬레나, 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사과정)씨는 “주교님의 밝은 에너지를 많이 받아 간다”며 “다시 신앙심을 고취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 가톨릭공동체 연합회는 이날 두봉 주교에게 청년들이 마련한 영적 선물(묵주기도 1만 8615단ㆍ미사와 기타 기도 1만 8523회)을 전달했다. 이번 행사는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자살예방센터와 바오로딸 등이 후원했다. 사회는 서울대 출신인 ‘열일곱이다’ 단원 추준호(예레미야)씨가 맡았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